방산시장에서 노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빵산, 깨랑까랑! , 2020
※ 2007년 등장한 자칭 우주신 ‘빵상 아줌마’가 외치던 외계어 “빵상 깨랑까랑(인간들아! 무엇이 알고 싶으냐?)”에서 차용한 제목입니다. 방산하니까 빵상이 생각난다는 동료 예술가의 말을 듣고 어이없어 피식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추억이 돋았고 검색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빵상 깨랑까랑’의 의미가 우리의 작업과 잘 들어맞는 신기함을 경험했습니다. 역시 우주신의 계시일까요? ㅎㅎ 
그렇게 만장일치로 작품명이 정해졌습니다.
"빵산 깨랑까랑!? (인간들아, 방산에 대해 무엇이 알고 싶으냐!?)” 
빵산, 깨랑까랑!은 방산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은 어떨지,
을지어린이집을 다닌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곳으로 다가왔을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업입니다. 
이번 작업의 뮤즈인 '을지 어린이집'은 방산시장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습니다. 1990년에 지어져 30년간 운영되었으나, 줄어드는 아이들과
코로나의 여파로 올해 4월에 폐원되었죠. 저희는 이런 공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방산시장을 수십 번도 넘게 들락날락했는데,
정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평소 방산시장을 소비자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을지 어린이집은 방산시장을 바라보는 저희의 시선을 새로운 각도로 트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곳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다른 용도로 바라보면 어떤 것들이 보일지 궁금해졌죠.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방산시장은 어떤 놀이터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특히, 을지 어린이집이 처음 개원했던 1990년대 아이들(저희와 같은 또래일)의 시선을 상상해보고자 했죠.
그 결과로 <방산어사전>과 <깨랑까랑 놀이키트>가 탄생했습니다.
01. 방산어사전

《빵산, 깨랑까랑!》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인 <방산어사전>에는 방산시장의 간판, 창문 등에 적혀있는 단어들이 뜻과 함께 정리되어 있습니다. 2020년 6월의 어느 날, 이번 작업에 무슨 이야기를 담아낼지 고민하며 방산시장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문뜩 간판들을 바라보며 “스쿠이...? 나나인찌...? 참 외계어 같네...” 라고 말했던 것이 본 작업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장난감도 설명서를 읽으면 더욱더 알차게 놀 수 있듯이, 방산시장에서 기왕 노는 거, 제대로 놀 수 있도록! 알아듣기 힘든 방산어들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방산어사전>에는 총 150개의 단어가 수록되어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기도 했고, 스스로 찾아보고 정리한 것들도 있습니다. 최대한 정확하게 적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렇지 못한 단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업계에서 쓰이는 단어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장님들도 이 단어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뜻을 설명해 본 적은 없어서, 여쭤보았을 때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실물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셨죠. 그런데 이 책에 물건에 대한 사진을 따로 수록하진 않았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직접 방문하여 사장님들께 물어보는 행위를 통해 방산시장을 더 깊이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적은 설명을 읽고도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면, 물어보세요. 정겨운 인사와 함께 질문한다면, 아주 친절하게 답해주실 겁니다. 사장님께 들은 설명을 자신만의 언어로 이 사전에 추가해서 적어봐도 좋겠네요.
무엇보다. 놀자고 만든 거니까,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02. 깨랑까랑 놀이 키트

방산시장 구석구석을 구매자의 눈이 아닌 놀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의 눈으로 유람했습니다. 과거의 앤틱한 모습부터 현재의 모던한 모습까지 두루 갖춘 방산시장은,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도 새롭게 보이는, 진흙 속 진주 같은 매력을 가진 공간이 수두룩합니다. 저희는 마치 역할 놀이를 하는 아이들 처럼, ‘발견한’ 공간에 들어가 포즈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이 놀이의 결과물을 관람객이 함께 즐기고 놀 수 있는 캘린더와 스티커 굿즈의 형태로 제작했지요. 아마, 을지로에서 재료 좀 사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소 속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겁니다. 
활동 사진
<빵산, 깨랑까랑>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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